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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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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나사모
작성일17-08-04 10:37 조회2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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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야기 

 


 


  나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인류에게 최고의 유희는 무엇일까?"하는.


  맥아더는 "죽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다면 전쟁이 최고의 유희"라고 했다. 생각해보면 실전만한 스릴과 짜릿함과 쾌감이 또 어디에 있을까? 생사를 걸고 모든 기량을 동원해 치루는 게임! 그것이 전쟁이다. 그러나 전쟁은 내가 죽을 수도 있는 게임이기에 두려운 것이다. 따라서 결코 유희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죽지 않는다는 보장은 있으되 전쟁에 버금가는 게임(유희)은 무엇일까?


  필자의 경우 "그것은 바둑!"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바둑은 승리를 향한 그 운용과 전략 등이 전쟁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전쟁의 성패는 한정된 병력과 자원(무기)이라는 하드(hard)적인 요소와, 병력의 士氣와 국면을 운영하는 소프트(soft)적인 요소에 달려있다. 바둑 또한 한판의 승리를 이루기 위해 반면에서 벌어지는 부딪침, 전략, 사석전략, 무대응(손뺌), 기세…… 등등 여러 요소를 아우르는 운영의 묘를 요구한다. 그 전략이 오히려 전쟁을 능가한다. 바둑에는 실제전쟁에서는 실행할 수 없는 사석전술이라는 고도의 전술이 있으며 돌이 부딪쳐서 일어나는 변화에는 심오함마저 있다.


  이러한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보았을 때, 바둑이야말로 목숨을 담보하지 않으면서 전쟁을 경험하는 최고의 유희다.


  바둑의 유래는 너무 오래되어 종주국인 중국에서조차 정확히 설명을 하지 못한다. 요순시대(BC 2300~2500년 정도)중국의 임금이 아들의 우둔함을 일깨워 주려고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것이 그 유래의 전부다. 바둑이 고대에 만들어지고 오늘날까지 오천년의 세월이 흘러오는 동안 소멸되지 않고 지속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바둑의 매력을 말해주는 하나의 증표도 될 수 있으리라. 아무튼 바둑은 인류가 만들어낸 最古의 最高의 유희다.


  한중일 문명의 흐름이 그렇듯, 바둑도 중국에서 출현하여 한국을 통해 일본으로 전해졌다. 각 나라별로 서로 다른 룰을 적용하여 발전해 왔는데, 중국은 문화혁명 이후 바둑을 정책적으로 금지시켜 바둑의 불모지와 다름없게 되었고, 우리나라는 나름대로의 고유한 룰이 있었는데, 그것은 순장바둑이라 하여 흑백 간에 미리 25점을 배석한 상태에서 백이 먼저 두는 방식으로 포석 없이 바로 중반전에 돌입하는 룰이었다. 따라서 포석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었다. 또한 바둑이 널리 보급되지 못하고 일부 계층에만 향유되었을 뿐이니 불모지와 다름없었다. 이에 비하여 일본의 경우는 1600년대 막부시절부터 국가 정책적으로 바둑을 장려하였고, 룰 또한 첫수를 어디에 착점 하던지 제약이 없었으므로 포석의 이론과 정석이 체계적으로 정립되고 발전하였다. 따라서 일본은 한중일 3국 중 바둑후발국임에도 가장 먼저 바둑문화의 꽃을 피웠다.


 


  우리나라는 조남철이라는 바둑선구자가 있어 그의 피나는 헌신적 노력으로 현대바둑이 보급되었고, 조훈현이라는 세기의 천재가 있어 우리나라바둑이 세계정상으로 발 돋음 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그러나 바둑은 그 유래가 最古임에도 세계화하지 못하고 한중일만의 전유물이었다. 자국의 바둑향상에만 열을 올리던 한중일이 20세기 중후반 한중일은 자기나라의 문화보급과 국가위상제고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면서, 지금은 유럽의 많은 나라에 보급되었고 프로9단의 실력을 지닌 푸른 눈의 외국인이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바둑을 향유하는 인구 층으로 보아서 바둑은 한중일의 전유물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현재 프로제도가 있는 나라는 한국, 중국(타이페이 포함)일본이다. 사회주의 북한에서는 이념적인 이유로 바둑을 금기시하다가 최근에야 바둑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그 수준이 고작 아마6단 정도이니 한중일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20~30년은 지나야 할 듯하다.


  요즘에는 인식이 많이 좋아져 바둑을 가르치는 학원도 생겨나고 바둑이 스포츠로 분류되어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 바둑, 장기를 잡기의 일종으로 보아 바둑 두는 것을 만화가게에서 만화 보는 것 정도로 인식되던 시절도 있었다.


  사실, 바둑과 장기는 판에 돌(馬)을 가지고 행마하는 것에서는 같지만 의미적으로 보았을 때, 바둑과 장기는 전혀 다른 것이다.


 


  첫째, 장기는 馬, 包, 車, 卒…… 따위의 저마다 등급이 있지만 바둑은 돌 자체에 어떤 등급이 없다.


 


  둘째, 장기는 반면의 말들이 전략에 따라 이동하지만 바둑은 한번 착수하면 움직일 수 없다.


 


  셋째, 장기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반면의 말이 없어지는 반면, 바둑은 시간이 흐를수록 반면을 돌로 가득 채운다.


 


  바둑과 장기는 이와 같은 차이점이 있다. 바둑과 장기를 놀이로써가 아닌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이라든지 의미적으로 볼 때 바둑과 장기는 전혀 다른 種인 셈이다.


 


  바둑은 그 수가 무궁무진하고 돌과 돌이 부딪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무쌍하고 국면을 운영하는 전략이 심오하다. 북경 대학에는 정치외교학과에 謀事學이라는 과목이 있는데 바둑의 전술을 배우는 것이 謀事學의 90%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모사꾼"이라는 말이 암시하듯 謀事라는 말이 매우 부정적으로 쓰인다. 그러나 학문으로 접근해 간다면 고도의 두뇌게임인 셈이다. 국가 간의 고급 모사짓이 외교라면, 바둑이 가지고 있는 고도의 전략을 배경으로 외교전을 치루는 그들이 새삼 두렵게 느껴진다.


  바둑에는 수많은 일화가 있는데 그중 하나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 어떤 나뭇꾼이 산속을 헤매다 우연히 산신령을 만나 바둑을 두게 되었는데, 나뭇꾼은 매판마다 두 집을 졌다. 어떻게 두든 매번 두 집을 지는데 화가 난 농부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여러날을 산신령과 바둑을 두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 농부는 희색이 만연해서 만세를 부르고 산신령은 당황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론은 나뭇꾼이 각고의 노력 끝에 세집을 진 것이다.


 


  이윽고 산신령이 나뭇꾼에게 말하기를,


 


  "이제 네가 속세로 가면 너를 이길 상대가 없을 것이다"


 


  라고 말했다.


 


  신령님도 방심하면 인세의 최고에게는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산신령과 바둑을 두는 동안 속세에서는 수 십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나뭇꾼은 결코 슬프지 않았다. 왜냐하면, 신령의 의표를 찌른 나뭇꾼의 바둑실력이 지금으로 말하면 프로 9단의 실력이기 때문이다.


 


  바둑은 段位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각각의 기품이 있으며 구품이라 한다.


 


1. 수졸(수졸: 초단): 졸렬하나마 제 스스로를 지킬 줄 안다.


2. 약우(若愚: 2 단): 일견 어리석어 보이지만 나름대로 움직인다.


3. 투력(鬪力: 3 단): 비로소 싸우는 힘을 갖춘다.


4. 소교(小巧: 4 단): 간단한 기교를 부린다.


5. 용지(用智: 5 단): 전투, 기교를 떠나 지혜를 쓸 줄 안다.


6. 통유(通幽: 6 단): 바둑에의 기윽한 경지에 이른다.


7. 구체(具體: 7 단): 모든 조건을 두루 갖추어 완성에 이른다.


8. 좌조(坐照: 8 단): 앉아서도 삼라만상의 변화를 훤히 내다본다.


9. 입신(入神: 9 단): 바둑에 관해서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상기의 구품을 보면 6단 이상에서 비로소 고수의 경지가 느껴진다.


  세상에서 잘난 쌈꾼도, 바둑으로 치면 결국 바둑3단 정도 수준 밖에 안되는 것이다(우리나라국회의원 수준).


  그렇다면! 막걸리자리 초청하여 상대에게는 종지잔을 주고, 자신은 바닥도 적시지 못하는 주량주제에 양재기를 고집하는 넘은 술로 치자면 몇단일까? ㅎㅎ


  끝.

글쓴이/ 산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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