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게도' 미국에서 살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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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고한주
작성일20-12-30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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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있는 미국] 연재를 시작하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태용 기자]
"거기 가봤는데 별거 없더라."
"그거 해봤더니 별거 없더라."
어렸을 때부터 이런 말들이 참 부러웠다. '가 본 사람', '해 본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저 말들은 유경험자만이 입에 담을 수 있는 '특권'처럼 느껴졌다. "그래! 넌 참 좋겠다!" 맞장구 쳐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일면 부럽기도 하지만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도전 의식도 생겼다. 무엇을 해봤다는 경험은 참 중요하다. 포드 회사 설립자 핸리 포드가 말했듯이 "삶은 경험의 묶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경험해 볼 수 없다. 인간의 시간은 유한하다. 사람마다 주어진 조건도 다르다. 다행히도 우리는 사유가 가능한 '호모 사피엔스'이다. 우리는 경험을 여러 가지 통로로 전달한다. 단지 '별거 없다'라는 말 한마디로 경험을 함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세세하게 얘기해 줄 수 있다.
각자 경험하고 느낀 바를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그것이 "간접 경험"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틈만 나면 책과 TV를 보면서 여러 나라를 '간접적으로나마' 싸돌아다녔는지 모르겠다. 육체는 집 안에 머물러 있지만 정신은 부지런히 온 세상을 누비고 다녔다. 혹시라도 누군가 "나 거기 가봤는데 별거 없더라"라는 말을 하면 조금이라도 고개를 끄덕거리기 위해서 말이다.
"미국에서 살아보니 별거 없더라." 몇 년 전부터 부쩍 많이 들었던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가장 많이 듣던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뉴스에도 미국 소식은 빼놓지 않고 나오니 말이다. 그래서 미국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살다가 온 사람을 만나면 이것 저것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 나름 '간접 경험'을 열심히 한 것이다. 아무리 그렇게 해도 '별거 없다'의 그 '별거'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하필 업무를 하면서 다수의 '미국 생활 경험자'를 많이 만났다. 그럼 사람들이 모이면 당연히 '미국'으로 주제가 수렴된다. 정치나 사회는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대화에 동참하겠는데, '생활'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침묵한다. "미시간 고속도로에 사슴 로드킬(Road Kill)을 보고 오싹했다", "시카고 겨울바람은 칼날 같더라" 이런 주관적인 얘기는 경험해 본 사람만 할 수 있다.
하루는 조용한 사무실에 영어로 전화가 걸려왔다. 어쩔 수 없이 되지도 않는 영어로 어렵게 말하니, 공허한 사무실이 내 목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태평양 한가운데 '뗏목'을 타고 있는 듯 속이 울렁거렸다.
나도 영어권에 살다 오면 "뗏목"에서 "통통배" 정도로 갈아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뗏목보다는 통통배의 흔들림이 덜 할 테니 말이다(미국에 살다가 온 지금도 여전히 '뗏목'을 타고 있긴 하다).
그래서 결심했다. '미국에서 2년 살아보기'를 나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 1순위로 올려놨다. 나도 '살아봤더니 별거 없더라'를 말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별거'가 무엇인지 기록하기로 했다.
인생을 얼마 살진 않았지만 한 가지 진리는 알고 있다. 그것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니"와 같은 맥락이다. 정말 그렇다. 몇 년간 간절히 생각하니, 행동을 하게 되었다. 행동을 하게 되니 여러 가지 길이 보였다. 그 길로 가다 보니 '운 좋게도' 살아보게 되었다. 미국을 말이다.
미국은 말 그대로 아메리카 합중국(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이다. 간단히 말하면 50개의 국가의 연합니다. 자신들 만의 고유한 헌법과 의회를 가지고 있는 주(State)가 필요에 의해서 결합을 한 것이다. 물론 연방으로 묶여있으니 공통점도 있지만 각 주마다 고유한 색채를 갖기도 한다.
따라서 한 개의 주에서 살아봤던 경험으로 '미국 전체가 이렇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조그마한 개미가 커다란 코리끼 다리만 올라타 보고 마을로 돌아와 코끼리 전체를 다른 개미들에게 얘기해 주는 것과 같겠다. 그만큼 미국은 큰 나라이다. 땅덩어리만 남한의 거의 100배에 달하니 말이다.
그러나 코끼리 다리만 올라탄 개미가 코끼리 얘기를 안 할 수 있을까? '코끼리 코'를 가본 개미는 '코'에 대해서 설명을 해줄 것이다. 단편적인 조각을 한 곳에 모으면 '코끼리 전체'가 보일 것이다.
나는 미국 전체를 여행은 해봤지만, 생활했던 곳은 애리조나주(Arizona State)였다. 황량한 사막지역이다. 사우나를 갈 필요가 없다. 집 문만 나서면 '대형 건식 사우나'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모든 미국이 '덥다'로 일반화할 수 없다.
텍사스주(Texas States) 가면 이러한 보험 광고 문구가 있다.'텍사스 크기만큼 아낄 수 있습니다(Texas-sized Savings)'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텍사스주 끝에서 끝까지 10시간 이상 운전해보니 그 보험에 가입하면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 체감했다. 50개 주가 모인 미국은 이보다 더 크다.
'별일 있는 미국', 이 연재기사는 2018년 5월부터 2020년 9월까지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애리조나라는 제한된 지역에서 경험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그래도 애리조나도 미국의 한 부분이니 '미국'이라고 일반화하여 칭하겠다. 게다가 미국 생활 시종일관 '뗏목' 타는 듯 울렁거리는 심정으로 영어를 구사했기 때문에 미국을 단편적으로 봤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미국 살아보니 별거는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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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별일 있는 미국] 연재를 시작하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태용 기자]
"거기 가봤는데 별거 없더라."
"그거 해봤더니 별거 없더라."
어렸을 때부터 이런 말들이 참 부러웠다. '가 본 사람', '해 본 사람'만 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저 말들은 유경험자만이 입에 담을 수 있는 '특권'처럼 느껴졌다. "그래! 넌 참 좋겠다!" 맞장구 쳐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일면 부럽기도 하지만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도전 의식도 생겼다. 무엇을 해봤다는 경험은 참 중요하다. 포드 회사 설립자 핸리 포드가 말했듯이 "삶은 경험의 묶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경험해 볼 수 없다. 인간의 시간은 유한하다. 사람마다 주어진 조건도 다르다. 다행히도 우리는 사유가 가능한 '호모 사피엔스'이다. 우리는 경험을 여러 가지 통로로 전달한다. 단지 '별거 없다'라는 말 한마디로 경험을 함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세세하게 얘기해 줄 수 있다.
각자 경험하고 느낀 바를 서로 '소통'하는 것이다. 그것이 "간접 경험"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틈만 나면 책과 TV를 보면서 여러 나라를 '간접적으로나마' 싸돌아다녔는지 모르겠다. 육체는 집 안에 머물러 있지만 정신은 부지런히 온 세상을 누비고 다녔다. 혹시라도 누군가 "나 거기 가봤는데 별거 없더라"라는 말을 하면 조금이라도 고개를 끄덕거리기 위해서 말이다.
"미국에서 살아보니 별거 없더라." 몇 년 전부터 부쩍 많이 들었던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가장 많이 듣던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뉴스에도 미국 소식은 빼놓지 않고 나오니 말이다. 그래서 미국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살다가 온 사람을 만나면 이것 저것 많이 물어보기도 했다. 나름 '간접 경험'을 열심히 한 것이다. 아무리 그렇게 해도 '별거 없다'의 그 '별거'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하필 업무를 하면서 다수의 '미국 생활 경험자'를 많이 만났다. 그럼 사람들이 모이면 당연히 '미국'으로 주제가 수렴된다. 정치나 사회는 어느 정도 알고 있으니 대화에 동참하겠는데, '생활'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침묵한다. "미시간 고속도로에 사슴 로드킬(Road Kill)을 보고 오싹했다", "시카고 겨울바람은 칼날 같더라" 이런 주관적인 얘기는 경험해 본 사람만 할 수 있다.
하루는 조용한 사무실에 영어로 전화가 걸려왔다. 어쩔 수 없이 되지도 않는 영어로 어렵게 말하니, 공허한 사무실이 내 목소리로 가득 채워졌다. 태평양 한가운데 '뗏목'을 타고 있는 듯 속이 울렁거렸다.
나도 영어권에 살다 오면 "뗏목"에서 "통통배" 정도로 갈아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뗏목보다는 통통배의 흔들림이 덜 할 테니 말이다(미국에 살다가 온 지금도 여전히 '뗏목'을 타고 있긴 하다).
▲ 미국 공항 사진 미국 공항에 도착하고 찍은 사진이다. 미국에 왔다. |
ⓒ 김태용 |
그래서 결심했다. '미국에서 2년 살아보기'를 나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 1순위로 올려놨다. 나도 '살아봤더니 별거 없더라'를 말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 '별거'가 무엇인지 기록하기로 했다.
인생을 얼마 살진 않았지만 한 가지 진리는 알고 있다. 그것은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이다. 성경에서 말하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니"와 같은 맥락이다. 정말 그렇다. 몇 년간 간절히 생각하니, 행동을 하게 되었다. 행동을 하게 되니 여러 가지 길이 보였다. 그 길로 가다 보니 '운 좋게도' 살아보게 되었다. 미국을 말이다.
미국은 말 그대로 아메리카 합중국(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이다. 간단히 말하면 50개의 국가의 연합니다. 자신들 만의 고유한 헌법과 의회를 가지고 있는 주(State)가 필요에 의해서 결합을 한 것이다. 물론 연방으로 묶여있으니 공통점도 있지만 각 주마다 고유한 색채를 갖기도 한다.
따라서 한 개의 주에서 살아봤던 경험으로 '미국 전체가 이렇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마치 조그마한 개미가 커다란 코리끼 다리만 올라타 보고 마을로 돌아와 코끼리 전체를 다른 개미들에게 얘기해 주는 것과 같겠다. 그만큼 미국은 큰 나라이다. 땅덩어리만 남한의 거의 100배에 달하니 말이다.
그러나 코끼리 다리만 올라탄 개미가 코끼리 얘기를 안 할 수 있을까? '코끼리 코'를 가본 개미는 '코'에 대해서 설명을 해줄 것이다. 단편적인 조각을 한 곳에 모으면 '코끼리 전체'가 보일 것이다.
나는 미국 전체를 여행은 해봤지만, 생활했던 곳은 애리조나주(Arizona State)였다. 황량한 사막지역이다. 사우나를 갈 필요가 없다. 집 문만 나서면 '대형 건식 사우나'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모든 미국이 '덥다'로 일반화할 수 없다.
텍사스주(Texas States) 가면 이러한 보험 광고 문구가 있다.'텍사스 크기만큼 아낄 수 있습니다(Texas-sized Savings)'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텍사스주 끝에서 끝까지 10시간 이상 운전해보니 그 보험에 가입하면 얼마나 아낄 수 있는지 체감했다. 50개 주가 모인 미국은 이보다 더 크다.
'별일 있는 미국', 이 연재기사는 2018년 5월부터 2020년 9월까지 2년이라는 짧은 시간, 애리조나라는 제한된 지역에서 경험한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그래도 애리조나도 미국의 한 부분이니 '미국'이라고 일반화하여 칭하겠다. 게다가 미국 생활 시종일관 '뗏목' 타는 듯 울렁거리는 심정으로 영어를 구사했기 때문에 미국을 단편적으로 봤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미국 살아보니 별거는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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