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무기력"…코로나19 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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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위빈용
작성일21-01-0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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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해 12월23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 로쿠스트스트릿익스프레시브아트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온라인 화상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수업을 듣고 있다. 트위터 Hoffmann‘s 5th Grade (@HoffmannLSEArts)제공.
코로나19로 한국 Z세대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경향신문은 Z세대 3명과 전화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취업준비생 이지민씨(가명·26)는 2020년의 자신을 ‘하도 두들겨 맞아서 약이 바짝 오른 쇳덩이’로 표현했고, 대학생 김희수씨(22)는 지난해를 ‘허무하게 지나가버린 해’라고 했다. 고등학생 성석현군(18)에게는 지난해가 ‘당연했던 게 당연하지 않았던 해’로 남았다. 코로나19는 이들의 미래 계획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씨는 대학 졸업 후 지난 2년간 언론사 입사 준비 중이다. 재작년에는 18곳에 지원했지만, 코로나19로 채용이 줄어 지난해에는 13곳에 지원했다. 특히 지난 1년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은 힘든 시기”였다고 이씨는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언제까지 할거야?”라고 되물었고, 탈락이 거듭될 때마다 이씨 스스로도 진로를 고민했다. 설상가상 학교 도서관도, 독서실도, 스터디 카페도 모두 문을 닫아 취업공부를 할 곳이 없었다. 함께 모여서 하던 논술 스터디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다가 해이해져 두 차례 해체됐다. 이씨는 “앞으로 취업 면접 때 내가 원하지도 않은, 이 공백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이씨는 “감사하게도 나는 가족과 친구가 있고, 당장 밥 걱정은 안해도 된다.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친구들은 그 일자리를 잃고 좌절감이 클 것”이라면서 청년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심리 상담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실업자, 취준생 등이 코로나19로 슬픈 선택을 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덜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인 김씨는 ‘온라인 수업’에 회의를 느꼈고, 당초 고려했던 대학원 진학을 포기했다. 그는 집에서 화상으로 시험을 보던 도중 인터넷 연결이 끊겨 카페로 달려나간 적이 있었다. 대학원에 진학해도 온라인 수업이 지속된다면 공부를 제대로 못할 것 같았다. 취업을 결심하고 일단 ‘스펙’을 쌓기 위해 인턴자리를 알아봤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본으로 교환학생도 가고 싶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청년들은) 사람 만나는 것부터 여행, 문화생활 등 활동 자체를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무기력에 빠진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이나 외로움이나 심리적 불안감도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단기적으로 양질의 취업 교육 시스템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위축된 상황에서도 김씨는 가능한 사회활동을 찾아 나섰다. 그는 ‘N번방 사건’ 등을 비롯해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된 후 매주 5시간 정도 투자해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불법촬영’ ‘그루밍’과 같은 개념을 설명하는 카드뉴스와 팜플렛을 제작해 배포한다. 김씨는 “아동들이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온라인을 통해 그릇된 성 인식을 갖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희수씨는 2019년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가수 ‘트로이 시반’의 콘서트에 가는 등 야외 취미활동을 즐겼다.(사진 왼쪽) 지난해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가족과 함께 요리하는 취미를 시작했다.(사진 오른쪽)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성군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인싸’(인사이더·인기인) 고등학생이었다. 낚시, 헬스, 농구, 교회 찬양팀 등 매주 하는 취미생활만 4개가 넘었다. 집이 경북 고령이지만 대구의 학교를 다니는 성군은 지난 3월 대구에 집단 감염이 발생한 후 평범한 일상을 빼앗겼다고 했다.
의존할 것은 스마트폰이었다. 멍하니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만 보고 있어 오전 중에 배터리가 꺼질 정도였다. 머리를 감고 면도하는 것마저 귀찮았다고 한다. 최장 10일 동안 밖에 나가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는 “3월 한달 간 무기력한 느낌이었고, 자의가 아닌 강제적으로 생활 패턴을 바꿔야 해서 괴로웠다”고 말했다.
학교생활은 더 흔들렸다. 수학여행은 기약 없이 미뤄졌고, 체육대회 등 학교 행사가 취소돼 친구들과 소소한 대화를 나눌 기회도 잃었다. 지난 3월 타지역 학교는 격주마다 오프라인 수업을 진행했지만 대구에 있는 학교는 온라인 수업만 진행해 교내 대회도 잘 열리지 않았다. 오후 6시 기상, 오전 6시 취침하는 ‘올빼미형 생활’이 반복되기도 했다. 온라인 개학 후, 지각을 하거나 졸아 수업 내용을 놓치는 일도 잦아졌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온라인으로 하는 자가진단 제출 시간이 늦어 선생님으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10통가량 온 적도 있었다. 성군은 “이런 생활이 계속된다면 대학입시도 다 무너질 것만 같다”고 했다
성석현군은 재작년 8월 고등학생 농구대회에 출전했다.(사진 왼쪽) 지난해에는 유튜브를 통해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사진 오른쪽) 성군은 한달에 한권 읽을까말까 하던 책도 요새는 매일 30~40분씩 읽는다.
세명은 모두 올해 ‘마스크 없이 살기’를 희망했다. 이씨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적게나마 있는 채용시험 응시 기회마저 날려버릴까 두려워 매일 마스크를 새로 착용한다고 했다. 김씨는 “백신이 빨리 보급돼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군은 “밖에 나갔을 때 상쾌한 공기가 느껴지면 ‘마스크를 깜빡했구나’ 느끼게 되는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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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3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 로쿠스트스트릿익스프레시브아트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이 온라인 화상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수업을 듣고 있다. 트위터 Hoffmann‘s 5th Grade (@HoffmannLSEArts)제공.
코로나19로 한국 Z세대들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 경향신문은 Z세대 3명과 전화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취업준비생 이지민씨(가명·26)는 2020년의 자신을 ‘하도 두들겨 맞아서 약이 바짝 오른 쇳덩이’로 표현했고, 대학생 김희수씨(22)는 지난해를 ‘허무하게 지나가버린 해’라고 했다. 고등학생 성석현군(18)에게는 지난해가 ‘당연했던 게 당연하지 않았던 해’로 남았다. 코로나19는 이들의 미래 계획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씨는 대학 졸업 후 지난 2년간 언론사 입사 준비 중이다. 재작년에는 18곳에 지원했지만, 코로나19로 채용이 줄어 지난해에는 13곳에 지원했다. 특히 지난 1년은 “꿈과 현실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은 힘든 시기”였다고 이씨는 말했다. 주변 사람들은 “언제까지 할거야?”라고 되물었고, 탈락이 거듭될 때마다 이씨 스스로도 진로를 고민했다. 설상가상 학교 도서관도, 독서실도, 스터디 카페도 모두 문을 닫아 취업공부를 할 곳이 없었다. 함께 모여서 하던 논술 스터디도 온라인으로 진행하다가 해이해져 두 차례 해체됐다. 이씨는 “앞으로 취업 면접 때 내가 원하지도 않은, 이 공백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이씨는 “감사하게도 나는 가족과 친구가 있고, 당장 밥 걱정은 안해도 된다.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친구들은 그 일자리를 잃고 좌절감이 클 것”이라면서 청년들이 사용할 수 있는 심리 상담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실업자, 취준생 등이 코로나19로 슬픈 선택을 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덜 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대학생인 김씨는 ‘온라인 수업’에 회의를 느꼈고, 당초 고려했던 대학원 진학을 포기했다. 그는 집에서 화상으로 시험을 보던 도중 인터넷 연결이 끊겨 카페로 달려나간 적이 있었다. 대학원에 진학해도 온라인 수업이 지속된다면 공부를 제대로 못할 것 같았다. 취업을 결심하고 일단 ‘스펙’을 쌓기 위해 인턴자리를 알아봤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본으로 교환학생도 가고 싶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청년들은) 사람 만나는 것부터 여행, 문화생활 등 활동 자체를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무기력에 빠진다”며 “코로나19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이나 외로움이나 심리적 불안감도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단기적으로 양질의 취업 교육 시스템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위축된 상황에서도 김씨는 가능한 사회활동을 찾아 나섰다. 그는 ‘N번방 사건’ 등을 비롯해 디지털 성범죄 문제가 사회적으로 부각된 후 매주 5시간 정도 투자해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불법촬영’ ‘그루밍’과 같은 개념을 설명하는 카드뉴스와 팜플렛을 제작해 배포한다. 김씨는 “아동들이 스마트폰을 붙들고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데, 온라인을 통해 그릇된 성 인식을 갖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희수씨는 2019년 4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가수 ‘트로이 시반’의 콘서트에 가는 등 야외 취미활동을 즐겼다.(사진 왼쪽) 지난해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가족과 함께 요리하는 취미를 시작했다.(사진 오른쪽)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성군은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인싸’(인사이더·인기인) 고등학생이었다. 낚시, 헬스, 농구, 교회 찬양팀 등 매주 하는 취미생활만 4개가 넘었다. 집이 경북 고령이지만 대구의 학교를 다니는 성군은 지난 3월 대구에 집단 감염이 발생한 후 평범한 일상을 빼앗겼다고 했다.
의존할 것은 스마트폰이었다. 멍하니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만 보고 있어 오전 중에 배터리가 꺼질 정도였다. 머리를 감고 면도하는 것마저 귀찮았다고 한다. 최장 10일 동안 밖에 나가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는 “3월 한달 간 무기력한 느낌이었고, 자의가 아닌 강제적으로 생활 패턴을 바꿔야 해서 괴로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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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2021년 올해는 신축년(辛丑年), 흰 소의 해입니다.
풍요와 힘을 상징하는 소는 농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물입니다. 농업을 근본으로 삶을 이어온 우리 국민에게 소는 농기구이자, 동료이자, 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화가 이중섭이 그린 흰 소는 어딘가 다르게 보입니다. 어떤 고난이나 역경도 거침없이 헤쳐나갈 수 있는 역동적인 힘이 있습니다. 코로나19에 지친 우리에게 힘찬 기운을 전하는 것만 같습니다. 신축년, 흰 소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우리 국민과 농가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전 세계가 함께 고통스러운 팬데믹 시대를 건너고 있습니다. 전대미문의 전염병으로 당연했던 일상이 멈췄습니다. 우리 농업계도 힘든 한 해를 보내야 했습니다. 학교가 멈추고, 졸업과 입학과 같은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어 친환경·화훼농가도 판로를 잃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례없이 긴 장마와 폭우, 연이은 태풍에 큰 피해를 입은 우리 농업이었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국민의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해 본분을 다한 농업인 여러분이 존경스럽습니다. 농업 현장의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지난 역사가 보여주듯 전쟁의 승패는 '식량'에 달려있습니다. 코로나19와의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이 전쟁에서 '식량 사재기'가 없었던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우리 농업인들이 흔들림 없이 먹거리 공급을 책임진 덕분입니다.
그야말로 농업이 대한민국의 생명창고입니다. 우리 농식품부는 그 생명창고의 곳간지기라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또한 이 순간에도 가축전염병의 발생과 확산을 막기 위해 애쓰고 계신농업인들과 방역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해 팬데믹 상황에서도 농업계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우선, 공익직불제의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생산 중심 농업에서 환경과 사람 중심 농업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정책은 바로 공익직불제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공익직불금 지급 결과, 0.5ha 미만 중소농가에 지급되는 직불금 비중이 2배 이상 늘었고, 밭에 지급되는 직불금도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중소농가 소득안정과 논·밭 균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수치로 확인되는 성과보다 더 중요한 성과는 따로 있습니다. 그동안 직불금은 쌀가격을 지지한다는 목적이 컸습니다. 그 직불금을 확대 개편함으로써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처음으로 제도화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농업·농촌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을 전환하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했다는 것이 공익직불제의 성과입니다. 우리 농업이 전통문화를 지키고, 환경·생태를 보전하며, 농촌 공동체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이 성과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앞으로의 할 일입니다.농가와 힘을 모아, 해마다 가격 급등락이 반복되던 마늘, 양파의 수급을 안정시켰습니다.
2019년에는 마늘 과잉 생산으로 평년 대비 가격이 2/3 이하로 폭락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평년보다 소폭 상승하는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가격 안정에는 관측 방식을 기존 전화 조사에서 실측으로 전환하여 관측정보의 정확도를 높인 것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농가의 협력을 이끌어냈으며, 사전면적 조절, 시장격리 등 선제적 수급 대책을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팬데믹 가운데서도 농식품 수출이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이동이 제한된 상황입니다. 정부는 수출업체·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해법을 찾았습니다. 온라인 수출 상담회나, 현지 온라인 플랫폼 진출 등 비대면 방식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물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2월에는 국내 항공사의 싱가포르행 항공기에 승객 대신 딸기를 가득 실었습니다. 선도 유지기술을 활용하여 항공기 대신 선박으로 딸기를 수출하는 방법도 병행했습니다.
K-방역으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 일명 '코리아 프리미엄'이 국산 농식품의 해외 개척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 결과 김치 등 가장 ’한국적인‘ 품목의 수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악조건 속에서도 가축질병 확산을 최소화했습니다.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2건이 재발했지만, 이틀 만에 확산을 차단했습니다.
세계적인 발생 추세를 볼 때 조류인플루엔자는 아직도 엄중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농장으로의 전파·확산 차단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오염원 격리, 매개체 소독, 농장단위 방역'의 3중 방역체계를 구축하고, 철저한 사전예방과 신속한 초기대응,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력 동원하고 있습니다.
농업인 그리고 국민 여러분!올해 문재인 정부는 출범 5년 차에 접어듭니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 농정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올해는 그동안의 경험과 성공사례를 제도화하여 지속가능한 성과로 정착시키는 일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농정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공익직불제의 지속가능성과 공익기능 향상을 위한 발전방안을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지난해 도입된 공익직불제가 현장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제도 시행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살펴보고 꼼꼼하게 관리하겠습니다.
아울러 공익직불제 취지에 맞게 환경·기후변화 대응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익직불제의 중장기 발전방향을 모색하겠습니다. '넷제로(Net-zero)' 시대, 농업 생산구조 전환과 연계하여 비료·농약 사용을 줄이고, 농촌의 경관을 가꾸고 보전하는 활동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공익직불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둘째, 생산자 중심의 자율적 수급안정 체계를 제도화하고, 디지털 유통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지난해 노지채소 최초로 마늘과 양파 의무자조금 단체가 출범했습니다. 그동안 자조금이 소비 촉진을 위한 홍보 사업에 집중해온 점을 개선하여, 앞으로는 자조금이 생산자의 자율적인 수급조절 수단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정부는 정확한 관측 정보를 제공하여 생산자들의 의사결정을 돕고, 자율적인 수급조절 활동에 필요한 지원도 적기에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양파·마늘에 대해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산지 출하자와 소비지 판매상을 직접 연결하는 온라인 도매 거래를 시범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거래량 기준 전국 32개 도매시장 중 상위 3, 4위에 해당하는 도매시장 수준의 물량이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유통되었습니다.
올해는 화훼류와 축산물 온라인 경매도 시범 도입됩니다. 다양한 유통 주체가 온라인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거래방식을 활성화하면서 도매시장의 문제도 함께 개선해나가겠습니다.
셋째, 사전예방 중심의 가축방역 체계를 제도화하고 축산 현장에 뿌리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최선의 방역은 사전예방입니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계기로 가축질병 발생 이전에 그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소를 미리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가축전염병 발생 우려가 높은 지역은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하고 강화된 방역 시설기준을 적용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법적인 장치나, 제도적 유인이 미흡하여 축산농가의 자발적 협조에만 의존해야 하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올해는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사전 방역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습니다. 차량·사람·매개체 등 농장의 위험요인을 효과적으로 차단·관리해 나가겠습니다. ‘가금농장 내 차량 진입 금지’와 같이 농장의 방역상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한 조치의 효과를 면밀히 평가하여 제도화하겠습니다.
아울러 계열화 사업자의 계약 사육농가 점검 의무를 강화하여 농장 차단방역 상시점검 체계를 공고히 하겠습니다. 축산업 허가제 및 이력제 등의 정보를 활용한 축산업통합시스템도 구축·운영하여 방역 관리 체계화를 뒷받침하겠습니다. 방역에 노력을 기울인 농가가 상대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여 농가들의 참여와 협조를 이끌어내겠습니다.
농업인 그리고 국민 여러분!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변화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광범위하고, 빠를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면 누구보다 빨리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혁신을 주도해야 합니다.
코로나19는 멀어 보이기만 하던 미래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디지털 전환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비대면 경제는 그야말로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가 생존 전략이자 선도국가 도약 전략으로 그린뉴딜, 디지털 뉴딜, 안전망 강화를 통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판 뉴딜에는 우리 농업·농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식량과 농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세계 경제의 핵심 요소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업·농촌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 코로나 이후가 아닌 코로나 현재에서부터 차근차근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가겠습니다.
첫째, 농업 생산의 디지털화를 서두르겠습니다. 노동집약적인 농업 분야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코로나19로 우리 농업 인력의 구조적 취약성이 더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스마트팜을 비롯한 첨단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가속화한 디지털화의 흐름이 우리 농업에 기회가 될 것입니다.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던 농업인의 농사기술이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계량화, 객관화될 것입니다. 개인의 노하우에 따라 이루어지던 의사결정과 농작업이 지능화, 자동화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엔진이 바로 스마트팜 혁신밸리입니다. 올해는 김제, 상주, 밀양, 고흥 4곳의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완공됩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청년들이 스마트 농업에 도전하고, 첨단 기술과 지식이 생산되는 농업 혁신의 거점이 될 것입니다.
예비 청년 농업인들은 스마트팜 창업보육센터에서 최신 스마트팜 이론을 습득하고 실습 교육을 지원받게 됩니다. 교육 이후에는 첨단시설이 설치된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창업을 위한 경험을 쌓게 될 것입니다. 한편, 실증단지는 스마트팜 관련 연구개발과 실증 지원을 통해 스마트팜 기술과 관련 기자재 산업의 발전에 기여해 나갈 것입니다.
혁신밸리를 중심으로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고 스마트팜 관련 데이터가 생산되고 활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올해 그 시작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겠습니다.
둘째, 깨끗하고 살기 좋은 농촌 조성을 중점 추진하겠습니다. 코로나19 재택근무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 방송국에 근무하는 한 청년이 전북 김제의 115년 된 농가를 매입하였습니다. '4500만 원짜리 폐가를 샀습니다'라는 이 영상은 다 무너진 집을 하나하나 고쳐가며 마을에 정착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상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구독자 수 20~30만을 돌파했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위로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어디서 살 것인가?'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좋은 공간'이라는 인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재택근무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동네 카페마저 갈 수 없는 청년들에게 원룸은 비좁기만 합니다. 이제 도시에서 벗어난 삶의 터전에 대해 농촌이 답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농촌이,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공간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시의 대안이 되기에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농촌 마을은 노후화되었고, 공장·축사 등이 마구 뒤섞여 있습니다. 학교, 보육시설, 마트 등 편의시설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농촌 공간의 개선은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코로나19가 만든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올해 시작하는 농촌 공간 재생사업이 변화의 신호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농촌 공간을 용도에 따라 필요한 부분은 구획하여 나누고 공장·축사 등은 이전·집적화하여 정비해 나가겠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을 쾌적한 정주 공간으로 구획하고, 그곳에서는 필요한 각종 생활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생활 SOC와 디지털 기반을 정비하겠습니다.
귀농, 귀촌 50만 시대가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도시민들에게 관심 지역, 품목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농촌에서 미리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지역에 살면서 농촌 생활을 체험하고 지역민과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해 나가겠습니다. 귀농·귀촌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셋째, 우리 농업·농촌의 돌봄, 포용성을 강화하겠습니다. 사회적 농업을 통해 농촌지역 돌봄 등 사회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고, 농촌지역 서비스 전달체계의 사각지대를 보완해나가겠습니다.
사회적 농장 '여민동락 영농조합법인'은 관내 치매안심센터, 노인복지센터와 연계하여 외부 활동이 가능한 치매 어르신들에게 원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에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과 농작업이나 공동체 활동을 함께 하면서, 단순한 돌봄을 넘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 30개소였던 사회적 농장이 14개 시·도의 60개소까지 확대될 것입니다. 신규 사회적 농장 중에는 마을교육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장애 학생 등을 대상으로 돌봄・교육을 진행하거나, 마을 내 여러 농가가 협력해서 고령자나 아동을 돌보는 역할을 진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특히 교통 장애인단체가 직접 사회적 농장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농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습니다. 지난해 타부처 사업과 연계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습니다.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교육부 ‘미래형 교육자치 협력지구’ 등 6개 사업과 협력체계를 구축하였습니다. 사회적 농업과 복지, 교육, 의료 등의 연계를 강화하여 농업·농촌이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농촌이 돌봄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로컬푸드의 영역을 확대하겠습니다. 전남 나주시의 두레박 협동조합은 방과 후 먹거리 취약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지역 먹거리 반찬 나눔을 하고 있습니다. 나주시 로컬푸드 지원센터와 함께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하여 반찬 나눔 아동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20개 지자체의 신규 푸드플랜 수립을 지원하여 공공급식센터, 직매장 등에 중소·고령농의 참여를 확대하겠습니다. 아울러, 지역푸드플랜 수립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푸드플랜 실행과정에서 로컬푸드의 사회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입니다.
농업·농촌에 돌봄과 포용성의 영역을 더욱 키우기 위해서는 여성 농업인들의 권리를 신장하고 역할을 확대해야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여성농업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젠더폭력 상담을 확대하고 안전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등 건강 복지증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확충에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가공·마케팅·관광 분야에서의 청년여성 창업도 적극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취약계층은 더욱 어렵습니다. 취약계층의 먹거리 접근성을 강화하여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더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작년 처음 도입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은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올해도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지원, 농식품 바우처와 함께 지속적으로 국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국민의 먹거리 보장을 위한 정책들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넷째, 식량안보를 강화하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는 '바이러스 위기'를 넘어 '식량 위기'가 될 것이라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많은 전문가는 경고합니다.
작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간 이동제약이 커졌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곡물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주곡인 쌀의 자급, 선진적인 시민의식, 기업들의 재고관리 등으로 큰 어려움 없이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식량공급망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 농업은 식량안보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다는 것을 잠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국민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식량안보를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소비하는 곡물이 110kg 정도 됩니다. 이 중에서 쌀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쌀은 자급 여건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으로 소비량이 많은 밀과 콩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국내 소비량이 많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밀·콩의 자급률을 높이겠습니다. 밀의 경우, 국산 밀 생산단지를 확대·전문화하고, 컨설팅과 재배안내서를 보급하겠습니다. 우수한 보급종 공급 등을 통해 고품질 밀 생산기반을 확충할 계획입니다. 콩은 논콩 단지를 중심으로 안정적 생산기반을 확충하겠습니다. 건조·저장시설도 추가 확충하고 비축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겠습니다. 전략적 소비 품목을 육성하고, 대량 소비처를 발굴하여 국산 밀·콩 수요도 늘려갈 것입니다.
해외 곡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역량을 갖춘 전문기업의 해외 곡물 사업 진출을 뒷받침하고, 비상시 국가 간 협력을 위한 외교 노력도 강화하겠습니다.
농업인 그리고 국민 여러분!2020년은 기후에 있어 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또 다른 한 해였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보고서는 참혹할 정도입니다.
산불로 광대한 지역이 황폐해지고, 이 연기 기둥이 전 세계를 일주하는 장면이 목격되었습니다. 대서양에서는 기록적으로 허리케인이 많이 발생했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는 홍수로 많은 인구가 생의 터전을 잃었으며 수백만 명이 식량 부족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5년 파리협정에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 마지노선을 +2℃로 정한 바 있습니다. 이후 인천 송도에서 열렸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는 이를 +1.5℃로 더 강화하는 내용이 합의되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약속과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지구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해양 폭염마저 발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기후변화의 위협을 제일 앞에서 받는 분야가 바로 농업·농촌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우리 농업·농촌의 기후위기에 대한 준비는 그 위협의 수준과 비교하여 미약합니다. 탄소중립(Net-zero) 시대, 농업·농촌의 근본 구조를 전환해야 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2050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이미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127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거나 추진 중입니다.
이제 '2050 탄소중립'은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2050년, 먼 미래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일치하려면 앞으로 30년간 엄청난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져야 하고, 지금 이 순간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유엔에 제출하였습니다. 우리 농업·농촌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마련할 때입니다.
온실가스는 우리 농업과도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 밥상의 기본, 쌀을 재배하는 데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합니다. 벼 재배 시 물속에서 유기물이 혐기 분해되면서 메탄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논농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농업 분야 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합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벼 생육 기간 중 1~2회 물을 완전히 배수하거나, 논물을 2~3cm로 얕게 대는 등 농사 방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채소와 과일도 화석연료를 사용한 시설에서 생산되어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유리온실 등 시설원예 분야를 유류 의존도가 낮은 에너지 이용구조로 개편하고 에너지 이용의 효율을 개선하겠습니다.
소의 되새김질 등 가축사육 과정에서도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합니다. 가축의 장내 발효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조사료 품질을 개선하고, 저메탄 사료를 개발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가축분뇨 처리능력을 고려하여 가축사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가축분뇨의 처리와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병행할 수 있는 에너지화 시설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우리 땅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탄소중립 이행을 통한 기후변화 극복은 농업계의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오늘도 우리 농업 곳곳에서 탄소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탄소중립은 탄소 감축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도전이 될 것입니다. 한두 해 만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멀지만 가야 할 길입니다. 올해 농업인 여러분과 함께 ‘2050 탄소중립’을 향한 작지만 큰 첫 발걸음을 떼겠습니다.
전국의 농업인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고대 그리스에서는 위기보다 더 심각한 절체절명의 상황을 아포리아(aporia)라고 명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답을 인문학에서 찾았습니다. 우리는 끝도 보이지 않는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아포리아, 그 출구를 우리 농업·농촌의 오랜 가치 ‘상생(相生)’에서 찾고자 합니다.
어떤 가치를 중시할 것인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가?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있던 농촌의 상생 공동체를 복원할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농림축산식품 공직자와 관련 단체·기관 직원 모두, 전쟁터와 같은 코로나19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저희의 각오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하고 치열합니다. 올 한 해 그 어떤 바이러스가 다시 찾아와도 흔들림 없는 농업·농촌을 위해 희망의 대안을 찾겠습니다.
농업인과 국민 여러분께서 보다 명료하게 정책의 성과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농림축산식품 공직자와 관련 기관·단체 직원 모두 사람과 환경이 중심이 되는 가슴 따뜻한 농정, 더불어 잘 사는 농업·농촌을 위해 혁신의 선두에서 흔들림 없이 뛰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농업·농촌의 새로운 미래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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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2021년 올해는 신축년(辛丑年), 흰 소의 해입니다.
풍요와 힘을 상징하는 소는 농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물입니다. 농업을 근본으로 삶을 이어온 우리 국민에게 소는 농기구이자, 동료이자, 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화가 이중섭이 그린 흰 소는 어딘가 다르게 보입니다. 어떤 고난이나 역경도 거침없이 헤쳐나갈 수 있는 역동적인 힘이 있습니다. 코로나19에 지친 우리에게 힘찬 기운을 전하는 것만 같습니다. 신축년, 흰 소의 역동적인 에너지가 우리 국민과 농가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길 바랍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전 세계가 함께 고통스러운 팬데믹 시대를 건너고 있습니다. 전대미문의 전염병으로 당연했던 일상이 멈췄습니다. 우리 농업계도 힘든 한 해를 보내야 했습니다. 학교가 멈추고, 졸업과 입학과 같은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어 친환경·화훼농가도 판로를 잃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례없이 긴 장마와 폭우, 연이은 태풍에 큰 피해를 입은 우리 농업이었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에도 국민의 먹거리를 공급하기 위해 본분을 다한 농업인 여러분이 존경스럽습니다. 농업 현장의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지난 역사가 보여주듯 전쟁의 승패는 '식량'에 달려있습니다. 코로나19와의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이 전쟁에서 '식량 사재기'가 없었던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우리 농업인들이 흔들림 없이 먹거리 공급을 책임진 덕분입니다.
그야말로 농업이 대한민국의 생명창고입니다. 우리 농식품부는 그 생명창고의 곳간지기라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또한 이 순간에도 가축전염병의 발생과 확산을 막기 위해 애쓰고 계신농업인들과 방역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지난해 팬데믹 상황에서도 농업계는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우선, 공익직불제의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생산 중심 농업에서 환경과 사람 중심 농업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정책은 바로 공익직불제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공익직불금 지급 결과, 0.5ha 미만 중소농가에 지급되는 직불금 비중이 2배 이상 늘었고, 밭에 지급되는 직불금도 3배 이상 늘었습니다. 중소농가 소득안정과 논·밭 균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수치로 확인되는 성과보다 더 중요한 성과는 따로 있습니다. 그동안 직불금은 쌀가격을 지지한다는 목적이 컸습니다. 그 직불금을 확대 개편함으로써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처음으로 제도화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농업·농촌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을 전환하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했다는 것이 공익직불제의 성과입니다. 우리 농업이 전통문화를 지키고, 환경·생태를 보전하며, 농촌 공동체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이 성과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앞으로의 할 일입니다.농가와 힘을 모아, 해마다 가격 급등락이 반복되던 마늘, 양파의 수급을 안정시켰습니다.
2019년에는 마늘 과잉 생산으로 평년 대비 가격이 2/3 이하로 폭락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평년보다 소폭 상승하는 수준에서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가격 안정에는 관측 방식을 기존 전화 조사에서 실측으로 전환하여 관측정보의 정확도를 높인 것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를 통해 농가의 협력을 이끌어냈으며, 사전면적 조절, 시장격리 등 선제적 수급 대책을 추진할 수 있었습니다.
팬데믹 가운데서도 농식품 수출이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이동이 제한된 상황입니다. 정부는 수출업체·농가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해법을 찾았습니다. 온라인 수출 상담회나, 현지 온라인 플랫폼 진출 등 비대면 방식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물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에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12월에는 국내 항공사의 싱가포르행 항공기에 승객 대신 딸기를 가득 실었습니다. 선도 유지기술을 활용하여 항공기 대신 선박으로 딸기를 수출하는 방법도 병행했습니다.
K-방역으로 높아진 한국의 위상, 일명 '코리아 프리미엄'이 국산 농식품의 해외 개척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 결과 김치 등 가장 ’한국적인‘ 품목의 수출액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악조건 속에서도 가축질병 확산을 최소화했습니다.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 2건이 재발했지만, 이틀 만에 확산을 차단했습니다.
세계적인 발생 추세를 볼 때 조류인플루엔자는 아직도 엄중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농장으로의 전파·확산 차단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오염원 격리, 매개체 소독, 농장단위 방역'의 3중 방역체계를 구축하고, 철저한 사전예방과 신속한 초기대응,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해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력 동원하고 있습니다.
농업인 그리고 국민 여러분!올해 문재인 정부는 출범 5년 차에 접어듭니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 농정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올해는 그동안의 경험과 성공사례를 제도화하여 지속가능한 성과로 정착시키는 일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농정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공익직불제의 지속가능성과 공익기능 향상을 위한 발전방안을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지난해 도입된 공익직불제가 현장에서 안착할 수 있도록 제도 시행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살펴보고 꼼꼼하게 관리하겠습니다.
아울러 공익직불제 취지에 맞게 환경·기후변화 대응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익직불제의 중장기 발전방향을 모색하겠습니다. '넷제로(Net-zero)' 시대, 농업 생산구조 전환과 연계하여 비료·농약 사용을 줄이고, 농촌의 경관을 가꾸고 보전하는 활동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공익직불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둘째, 생산자 중심의 자율적 수급안정 체계를 제도화하고, 디지털 유통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신속하게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지난해 노지채소 최초로 마늘과 양파 의무자조금 단체가 출범했습니다. 그동안 자조금이 소비 촉진을 위한 홍보 사업에 집중해온 점을 개선하여, 앞으로는 자조금이 생산자의 자율적인 수급조절 수단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정부는 정확한 관측 정보를 제공하여 생산자들의 의사결정을 돕고, 자율적인 수급조절 활동에 필요한 지원도 적기에 이루어지도록 하겠습니다.
지난해 양파·마늘에 대해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고 산지 출하자와 소비지 판매상을 직접 연결하는 온라인 도매 거래를 시범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거래량 기준 전국 32개 도매시장 중 상위 3, 4위에 해당하는 도매시장 수준의 물량이 온라인 도매시장에서 유통되었습니다.
올해는 화훼류와 축산물 온라인 경매도 시범 도입됩니다. 다양한 유통 주체가 온라인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거래방식을 활성화하면서 도매시장의 문제도 함께 개선해나가겠습니다.
셋째, 사전예방 중심의 가축방역 체계를 제도화하고 축산 현장에 뿌리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최선의 방역은 사전예방입니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을 계기로 가축질병 발생 이전에 그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소를 미리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가축전염병 발생 우려가 높은 지역은 중점방역관리지구로 지정하고 강화된 방역 시설기준을 적용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법적인 장치나, 제도적 유인이 미흡하여 축산농가의 자발적 협조에만 의존해야 하는 한계도 있었습니다.
올해는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사전 방역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습니다. 차량·사람·매개체 등 농장의 위험요인을 효과적으로 차단·관리해 나가겠습니다. ‘가금농장 내 차량 진입 금지’와 같이 농장의 방역상 취약점을 개선하기 위해 실시한 조치의 효과를 면밀히 평가하여 제도화하겠습니다.
아울러 계열화 사업자의 계약 사육농가 점검 의무를 강화하여 농장 차단방역 상시점검 체계를 공고히 하겠습니다. 축산업 허가제 및 이력제 등의 정보를 활용한 축산업통합시스템도 구축·운영하여 방역 관리 체계화를 뒷받침하겠습니다. 방역에 노력을 기울인 농가가 상대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여 농가들의 참여와 협조를 이끌어내겠습니다.
농업인 그리고 국민 여러분!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는 열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 변화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광범위하고, 빠를 것입니다.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면 누구보다 빨리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 혁신을 주도해야 합니다.
코로나19는 멀어 보이기만 하던 미래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디지털 전환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비대면 경제는 그야말로 뉴노멀(New Normal), 새로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가 생존 전략이자 선도국가 도약 전략으로 그린뉴딜, 디지털 뉴딜, 안전망 강화를 통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판 뉴딜에는 우리 농업·농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식량과 농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세계 경제의 핵심 요소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업·농촌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 코로나 이후가 아닌 코로나 현재에서부터 차근차근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가겠습니다.
첫째, 농업 생산의 디지털화를 서두르겠습니다. 노동집약적인 농업 분야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입니다. 코로나19로 우리 농업 인력의 구조적 취약성이 더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스마트팜을 비롯한 첨단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가 가속화한 디지털화의 흐름이 우리 농업에 기회가 될 것입니다.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던 농업인의 농사기술이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계량화, 객관화될 것입니다. 개인의 노하우에 따라 이루어지던 의사결정과 농작업이 지능화, 자동화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엔진이 바로 스마트팜 혁신밸리입니다. 올해는 김제, 상주, 밀양, 고흥 4곳의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완공됩니다.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청년들이 스마트 농업에 도전하고, 첨단 기술과 지식이 생산되는 농업 혁신의 거점이 될 것입니다.
예비 청년 농업인들은 스마트팜 창업보육센터에서 최신 스마트팜 이론을 습득하고 실습 교육을 지원받게 됩니다. 교육 이후에는 첨단시설이 설치된 임대형 스마트팜에서 창업을 위한 경험을 쌓게 될 것입니다. 한편, 실증단지는 스마트팜 관련 연구개발과 실증 지원을 통해 스마트팜 기술과 관련 기자재 산업의 발전에 기여해 나갈 것입니다.
혁신밸리를 중심으로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고 스마트팜 관련 데이터가 생산되고 활용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올해 그 시작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겠습니다.
둘째, 깨끗하고 살기 좋은 농촌 조성을 중점 추진하겠습니다. 코로나19 재택근무가 한창이던 지난해 5월, 방송국에 근무하는 한 청년이 전북 김제의 115년 된 농가를 매입하였습니다. '4500만 원짜리 폐가를 샀습니다'라는 이 영상은 다 무너진 집을 하나하나 고쳐가며 마을에 정착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상이 공개된 지 하루 만에 구독자 수 20~30만을 돌파했습니다. 코로나 시대의 위로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어디서 살 것인가?'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많은 사람이 모일수록 좋은 공간'이라는 인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재택근무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동네 카페마저 갈 수 없는 청년들에게 원룸은 비좁기만 합니다. 이제 도시에서 벗어난 삶의 터전에 대해 농촌이 답해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농촌이,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는 공간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시의 대안이 되기에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농촌 마을은 노후화되었고, 공장·축사 등이 마구 뒤섞여 있습니다. 학교, 보육시설, 마트 등 편의시설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농촌 공간의 개선은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역설적이지만 코로나19가 만든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올해 시작하는 농촌 공간 재생사업이 변화의 신호탄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농촌 공간을 용도에 따라 필요한 부분은 구획하여 나누고 공장·축사 등은 이전·집적화하여 정비해 나가겠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을 쾌적한 정주 공간으로 구획하고, 그곳에서는 필요한 각종 생활 서비스가 충분히 제공될 수 있도록 생활 SOC와 디지털 기반을 정비하겠습니다.
귀농, 귀촌 50만 시대가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도록 하겠습니다. 도시민들에게 관심 지역, 품목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겠습니다. '농촌에서 미리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지역에 살면서 농촌 생활을 체험하고 지역민과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해 나가겠습니다. 귀농·귀촌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셋째, 우리 농업·농촌의 돌봄, 포용성을 강화하겠습니다. 사회적 농업을 통해 농촌지역 돌봄 등 사회서비스 제공을 확대하고, 농촌지역 서비스 전달체계의 사각지대를 보완해나가겠습니다.
사회적 농장 '여민동락 영농조합법인'은 관내 치매안심센터, 노인복지센터와 연계하여 외부 활동이 가능한 치매 어르신들에게 원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에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과 농작업이나 공동체 활동을 함께 하면서, 단순한 돌봄을 넘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지난해 30개소였던 사회적 농장이 14개 시·도의 60개소까지 확대될 것입니다. 신규 사회적 농장 중에는 마을교육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장애 학생 등을 대상으로 돌봄・교육을 진행하거나, 마을 내 여러 농가가 협력해서 고령자나 아동을 돌보는 역할을 진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특히 교통 장애인단체가 직접 사회적 농장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농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습니다. 지난해 타부처 사업과 연계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습니다. 보건복지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교육부 ‘미래형 교육자치 협력지구’ 등 6개 사업과 협력체계를 구축하였습니다. 사회적 농업과 복지, 교육, 의료 등의 연계를 강화하여 농업·농촌이 제공하는 사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농촌이 돌봄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로컬푸드의 영역을 확대하겠습니다. 전남 나주시의 두레박 협동조합은 방과 후 먹거리 취약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지역 먹거리 반찬 나눔을 하고 있습니다. 나주시 로컬푸드 지원센터와 함께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하여 반찬 나눔 아동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20개 지자체의 신규 푸드플랜 수립을 지원하여 공공급식센터, 직매장 등에 중소·고령농의 참여를 확대하겠습니다. 아울러, 지역푸드플랜 수립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푸드플랜 실행과정에서 로컬푸드의 사회적 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계획입니다.
농업·농촌에 돌봄과 포용성의 영역을 더욱 키우기 위해서는 여성 농업인들의 권리를 신장하고 역할을 확대해야 합니다.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여성농업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젠더폭력 상담을 확대하고 안전한 주거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등 건강 복지증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확충에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가공·마케팅·관광 분야에서의 청년여성 창업도 적극 지원토록 하겠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취약계층은 더욱 어렵습니다. 취약계층의 먹거리 접근성을 강화하여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더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작년 처음 도입한 임산부 친환경농산물 꾸러미 사업은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올해도 초등돌봄교실 과일간식지원, 농식품 바우처와 함께 지속적으로 국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국민의 먹거리 보장을 위한 정책들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넷째, 식량안보를 강화하겠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는 '바이러스 위기'를 넘어 '식량 위기'가 될 것이라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등 많은 전문가는 경고합니다.
작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간 이동제약이 커졌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곡물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주곡인 쌀의 자급, 선진적인 시민의식, 기업들의 재고관리 등으로 큰 어려움 없이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식량공급망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 농업은 식량안보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다는 것을 잠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국민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식량안보를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국민 한 사람이 1년에 소비하는 곡물이 110kg 정도 됩니다. 이 중에서 쌀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쌀은 자급 여건이 갖추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으로 소비량이 많은 밀과 콩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국내 소비량이 많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밀·콩의 자급률을 높이겠습니다. 밀의 경우, 국산 밀 생산단지를 확대·전문화하고, 컨설팅과 재배안내서를 보급하겠습니다. 우수한 보급종 공급 등을 통해 고품질 밀 생산기반을 확충할 계획입니다. 콩은 논콩 단지를 중심으로 안정적 생산기반을 확충하겠습니다. 건조·저장시설도 추가 확충하고 비축을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겠습니다. 전략적 소비 품목을 육성하고, 대량 소비처를 발굴하여 국산 밀·콩 수요도 늘려갈 것입니다.
해외 곡물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습니다. 역량을 갖춘 전문기업의 해외 곡물 사업 진출을 뒷받침하고, 비상시 국가 간 협력을 위한 외교 노력도 강화하겠습니다.
농업인 그리고 국민 여러분!2020년은 기후에 있어 사상 최악으로 기록될 또 다른 한 해였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의 보고서는 참혹할 정도입니다.
산불로 광대한 지역이 황폐해지고, 이 연기 기둥이 전 세계를 일주하는 장면이 목격되었습니다. 대서양에서는 기록적으로 허리케인이 많이 발생했고,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는 홍수로 많은 인구가 생의 터전을 잃었으며 수백만 명이 식량 부족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5년 파리협정에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폭 마지노선을 +2℃로 정한 바 있습니다. 이후 인천 송도에서 열렸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에서는 이를 +1.5℃로 더 강화하는 내용이 합의되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약속과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지구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해양 폭염마저 발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기후변화의 위협을 제일 앞에서 받는 분야가 바로 농업·농촌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동안 우리 농업·농촌의 기후위기에 대한 준비는 그 위협의 수준과 비교하여 미약합니다. 탄소중립(Net-zero) 시대, 농업·농촌의 근본 구조를 전환해야 합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2050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이미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127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하였거나 추진 중입니다.
이제 '2050 탄소중립'은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2050년, 먼 미래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일치하려면 앞으로 30년간 엄청난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져야 하고, 지금 이 순간부터 실천해야 합니다. 정부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을 유엔에 제출하였습니다. 우리 농업·농촌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마련할 때입니다.
온실가스는 우리 농업과도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 밥상의 기본, 쌀을 재배하는 데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합니다. 벼 재배 시 물속에서 유기물이 혐기 분해되면서 메탄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논농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농업 분야 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합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벼 생육 기간 중 1~2회 물을 완전히 배수하거나, 논물을 2~3cm로 얕게 대는 등 농사 방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채소와 과일도 화석연료를 사용한 시설에서 생산되어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유리온실 등 시설원예 분야를 유류 의존도가 낮은 에너지 이용구조로 개편하고 에너지 이용의 효율을 개선하겠습니다.
소의 되새김질 등 가축사육 과정에서도 많은 온실가스가 발생합니다. 가축의 장내 발효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조사료 품질을 개선하고, 저메탄 사료를 개발해 나가겠습니다. 또한, 가축분뇨 처리능력을 고려하여 가축사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가축분뇨의 처리와 신재생에너지 생산을 병행할 수 있는 에너지화 시설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우리 땅에서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탄소중립 이행을 통한 기후변화 극복은 농업계의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오늘도 우리 농업 곳곳에서 탄소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탄소중립은 탄소 감축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도전이 될 것입니다. 한두 해 만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멀지만 가야 할 길입니다. 올해 농업인 여러분과 함께 ‘2050 탄소중립’을 향한 작지만 큰 첫 발걸음을 떼겠습니다.
전국의 농업인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 고대 그리스에서는 위기보다 더 심각한 절체절명의 상황을 아포리아(aporia)라고 명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답을 인문학에서 찾았습니다. 우리는 끝도 보이지 않는 팬데믹과 기후위기의 아포리아, 그 출구를 우리 농업·농촌의 오랜 가치 ‘상생(相生)’에서 찾고자 합니다.
어떤 가치를 중시할 것인가?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하는가?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있던 농촌의 상생 공동체를 복원할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농림축산식품 공직자와 관련 단체·기관 직원 모두, 전쟁터와 같은 코로나19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저희의 각오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하고 치열합니다. 올 한 해 그 어떤 바이러스가 다시 찾아와도 흔들림 없는 농업·농촌을 위해 희망의 대안을 찾겠습니다.
농업인과 국민 여러분께서 보다 명료하게 정책의 성과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농림축산식품 공직자와 관련 기관·단체 직원 모두 사람과 환경이 중심이 되는 가슴 따뜻한 농정, 더불어 잘 사는 농업·농촌을 위해 혁신의 선두에서 흔들림 없이 뛰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농업·농촌의 새로운 미래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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